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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칼럼③] [함께걸음 321호] 행위능력제도, 지적장애인에게 불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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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05 16:45 조회1,2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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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칼럼③]

 

행위능력제도, 지적장애인에게 불리한가

​박정환(상근변호사,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

지적장애인 휴대폰 사기사건
SK “성인이 자필서명” 근거로 반박

얼마 전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국내통신대기업인 SK텔레콤을 상대로 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센터가 소송을 대리한 원고는 지적 1급 장애인이었는데, 영등포역 근처에서 가출생활을 하다 노숙인들에게 사기피해를 당한 사건이었다. 가해자들이 원고를 데리고 다니면서 SK텔레콤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원고로 하여금 휴대폰 단말기를 구입하게 하고 이동통신이용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원고는 계약 내용을 전혀 몰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이름만 썼을 뿐이었다. 원고가 구입한 휴대폰은 가해자들이 가져가서 팔거나 사용했지만, SK텔레콤 등은 이러한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인 원고에게 채무를 변제하라고 독촉장을 보냈다.

원고의 아버지는 억울한 나머지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센터에서는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은 원고가 성인이고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하였음을 근거로 계약의 유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지능지수 35미만의 지적1급 장애인인 점과 가출로 인해 보호자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점, 다수의 이동통신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특별한 필요성이 없음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단기간에 각 이용계약을 체결한 점을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 당시 계약의 법률적인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계약의 법률적인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상태를 민법에서는 ‘의사능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획일적 기준의 폐해 vs 자기결정권 확대

민법에서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한다.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로 인하여 당사자는 권리 의무가 발생하는데, 그 내용의 의미를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유효한 계약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사능력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술이나 약에 취해 명정상태에 있는 경우, 지능이 낮아 일상적인 언어사용이 어려운 경우 등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경우가 각기 다르다. 이렇듯 의사능력은 외부에서는 확실하게 알기 어려운 내적인 심적 정신상태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발달의 정도, 행위 당시의 정신상태, 대상이 되는 행위의 어려움과 쉬움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달라진다.

따라서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서 보호받는 일을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상대방이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행위 당시에 의사능력의 유무를 확실하게 안다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그 행위가 무효로 인정된다면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민법은 객관적·획일적인 기준을 정해 이 기준을 갖추는 때는 표의자의 정신상태 등을 문제 삼지 않고, 그 자가 단독으로 행한 일정범위의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처리한다. 이를 ‘행위능력제도’라고 한다.

이 획일적 기준의 대표적인 것이 연령인데, 만 19세가 된 자는 단독으로 유효한 행위를 할 수 있다. 사람이 19세에 이르면 지적능력 또는 정신발육이 성숙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센터에 접수된 휴대폰 사기 피해자들이 모두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만 보면 행위능력제도가 혹시 지적장애인에게 너무 불리한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행위능력제도는 지적장애인의 권한강화와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적장애는 ‘정신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 불완전하고 개인적 업무의 처리 및 사회생활에의 적응이 상당히 곤란한 상태’로 보통 정의된다. ‘정신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있다는 것은 지적능력이 성인의 평균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은 평생 혼자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행위능력제도는 지적장애인의 권한을 강화해준다. 지적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단독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피해자는 성인이기 때문에 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지적장애인인데 왜 후견인 선임을 하지 않았냐고 탓할 수도 없다. 또한 이러한 사례를 모두 소송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보호 속에서 평생 안전하게 살아갈 것인지, 사회의 위험에 노출되지만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이 있는 삶을 살 것인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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