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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가해자’=여성?…발달장애인 교육자 대상 매뉴얼 삽화에 교육계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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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6-24 09:25 조회1,6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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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가해자’=여성?…발달장애인 교육자 대상 매뉴얼 삽화에 교육계 문제제기


발달장애인 권익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발간한 교육자료가 불법촬영·스토킹 가해자를 여성으로 설정해 장애인 성인권 교육자들이 반발했다. 해당 자료는 발달장애인으로 가정한 여성의 외모를 비장애인 대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개발원)가 지난해 발간한 <발달장애인성인권교육매뉴얼>(매뉴얼)의 삽화가 논란이 됐다. 발달장애인 대상 교육자를 위해 마련된 이 매뉴얼은 65쪽에서 발달장애인의 불법촬영·스토킹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매뉴얼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 계속 따라다니거나 몰래 숨어서 보는 행동,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만지거나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문자나 전화 등 연락을 하는 행동은 ‘스토킹’에 해당하며 바른 표현이 아님을 알려줘야 한다”, “상대방이 누구든지 ‘물어보지 않고 만진다’거나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전송’하거나 하는 행동은 범죄에 해당함을 알려준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같은 페이지에 실린 삽화는 불법촬영·스토킹의 주체를 여성으로 설정했다. 삽화에서 여성은 벽 뒤에 숨어 남성을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여성은 안경을 쓰고 키가 작고 통통한 반면 남성은 자세가 바르며 키가 크다.

발달장애인 성인권 교육자들의 모임 ‘경계너머’는 지난 18일 해당 삽화에 대해 “(불법촬영·스토킹 범죄에서) 피해여성을 지운다“며 ”남성 가해자에게 심리적인 거리두기를 허용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개발원 측에 문제제기했다. 불법촬영·스토킹 범죄의 가해자 대다수가 남성인 현실을 왜곡한 삽화라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어 이들은 “발달장애인은 못생긴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이유가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가해자 성별 문제를 떠나, ‘발달장애인은 못생긴 존재이고, 비장애인은 잘생겼다’는 식의 함의를 줄 수 있어 문제라는 뜻이다.

개발원은 문제제기 다음날인 19일 경계너머 측에 답변했다. 답변에서 개발원은 “문의주신 삽화의 경우 제작 초기에는 남성이 행위자로 표현되었으나, 모든 가해자를 남성으로만 표현하지 말라는 발달장애인 부모님 및 성교육 전문 단체의 의견으로 수정되어 지금의 삽화로 제작됐다”며 “모든 가해자를 남성으로,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표현할 경우 오히려 성별에 따른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못 생기게’ 표현할 의도는 어떤 과정에서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조항주 경계너머 대표는 2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개발원 답변에 대해 “책임을 부모에게 씌우고 자신들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교육자료는 당사자, 교육자만 보는 게 아니라 성교육 강사, 장애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도 볼 수 있어 파급력이 크고, 거기 실린 관념이 은연중에 재생산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 등 당국과 장애인 권익 관련 공공기관은 부모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범죄를 방지하는 대안적 교육자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은 일견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특성이 있어 과잉 성욕을 지녔다는 등 종종 오해받는다”면서 “무작정 남성 발달장애인을 범죄자로 그려야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조 대표는 경계너머 교사들과 함께 다시 개발원 측에 문제제기할 계획이다. 개발원 측은 경향신문에 “올해까진 해당 매뉴얼을 종전대로 유지하되, 향후 매뉴얼 변경시 지적사항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뉴스 원문 보기 (출처 : 경향신문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6231528001#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