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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탈시설 정책 핑계 삼아 퇴소 종용… ‘시설 갑질’ 어떻게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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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6-30 10:53 조회2,0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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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탈시설 정책 핑계 삼아 퇴소 종용… ‘시설 갑질’ 어떻게 막나 


대전의 ㄱ 장애인거주시설(아래 ㄱ 시설)에서 거주인이 폐렴으로 입원한 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와 탈시설 정책을 핑계로 퇴소를 종용당했다. 이상훈(남, 29세, 가명) 씨의 어머니는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시설 갑질’이 몇 년간 계속됐다고 밝혔다. 상훈 씨와 어머니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설에서 나오기로 했다. 예기치 못한 탈시설이었으나 이참에 자립생활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처럼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자녀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빚어진 퇴소 종용과 거주시설의 탈시설 정책의 악용, 시설 갑질 문제는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시설 복귀하려 하자 퇴소 종용
   
대전시 소재 ㄱ 시설에 거주하던 이상 씨는 지난 4월 5일 흡인성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10일간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받아 같은 달 14일 ㄱ 시설로 복귀하려고 했다. 그런데 담당 의사는 상훈 씨의 부모에게 ‘ㄱ 시설 측의 허락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날 상훈 씨의 아버지는 시설장과의 면담에서 ‘장애가 심해 여기서는 케어가 힘들다. 데리고 가라. (상훈 씨는) 요양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요즘 탈시설이 대세다. 그러니 데려가시는 게 맞는 상황이다’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상훈 씨는 중증지적장애인으로 몸짓이나 행동 등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언어표현은 못 하지만, 상대방의 말은 잘 이해하는 편이다. 또한 느리지만 스스로 보행이 가능하다. 다만, 자칫 음식이 목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대일 식사 지원이 필요하다.

 

상훈 씨의 어머니는 “그날 로비에서 울며 매달렸지만, 시설 측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의 중재를 거쳐 14일간 자가격리 후 ㄱ 시설에 다시 입소하기로 합의했고, 상훈 씨는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2주간 집에서 지내는 동안 몸무게가 5kg이 늘었고, 얼굴에 살도 많이 붙었다”며 “지난 몇 년간 계속 야위어서 식사에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ㄱ 시설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야위고 힘이 없어 자꾸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훈 씨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해서 잘게 뜯어서 음식을 줘야 한다. 어머니는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일대일 지원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일종의 방임이나 학대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ㄱ 시설을 학대와 방임으로 신고했지만, 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ㄱ 시설 측은 상훈 씨가 계속 살이 빠지는 게 걱정되어 다른 거주인에게 주지 않는 간식을 따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훈 씨의 간식대장은 따로 마련돼 있었다. ㄱ 시설 원장은 “방임이나 학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며 ”일대일 식사지원을 하지 않은 것은 상훈 씨가 손을 잘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을 잘 흘리지만,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원하지 않는 게 시설의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설 측은 퇴원 직후, 상훈 씨에게 요양병원을 권유하며 아무런 대안없이 집으로 돌려보낸 것을 인정했다. ㄱ 시설 원장은 “요양병원 권유는 병원 진료가 잦아지다보니, 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에서 좀 더 나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것은 어머니와 지내면서 몸무게가 부쩍 늘어서 상훈 씨가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의미였다”라며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상황이고, 서로 언성을 높이다 보니 상훈 씨의 퇴소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어머니가 강제퇴소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절대로 ‘나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 정부의 탈시설 정책 빗대 퇴소 권유… 탈시설 악용한 퇴소 막을 수 없나

 

상훈 씨의 어머니가 분노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시설 측에서 ‘탈시설이 정부의 정책이니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정보나 과정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탈시설을 정부 시책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곧 ㄱ 시설이 최중증 와상장애인 위주로 정비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며 “이 말은 시설에서 나가라는 말이 아니고 뭐냐?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ㄱ 시설 원장은 “몇 년 전에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야기하며 자택에서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지만, 그때도 어머니는 퇴소의 의미로 받아들이며 무척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ㄱ 시설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이외에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ㄱ 시설은 현재 체험홈 두 채를 마련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자립생활을 위한 일자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훈 씨의 자립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 탈시설에 빗대 퇴소를 종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는 “탈시설은 단순 퇴소를 의미하지 않으며, 이후 자립생활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준비 없이 당사자와 법적 보호자의 의견에 반하는 퇴소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강제퇴소 규정, 탈시설과 맞물려 신중한 접근 필요

 

우려스러운 점은 상훈 씨처럼 단순한 퇴소의 개념과는 대척점에 놓인 탈시설-자립생활을 무기삼아 강제퇴소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월 경기도 소재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15명을 강제퇴소 시켰다. 15명 중 3명은 원가정으로 돌려보냈으며, 8명은 요양병원으로, 4명은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시켰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지난 8월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 늘어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장애인이 퇴소 또는 전원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관련 지침과 절차 마련”을 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복지부도 이러한 ‘강제퇴소와 전원 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올해 1월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의 퇴소 시 절차 준수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전국의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탈시설-자립생활을 봉쇄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올해 개정된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에 ‘탈시설 지원 정책에 따른 퇴소 절차 명확화’라고 밝히고 퇴소절차의 통지, 정보제공, 동의서 제출, 모니터링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강제퇴소 기준이 장애인의 탈시설을 막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에 따라 강제퇴소와 탈시설-자립생활이 갈릴 수 있다”며 “단순화한 강제퇴소의 기준은 오히려 탈시설-자립생활을 막을 수도 있는 무책임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전형적인 ‘시설 갑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권리구제 방법 알려야

 

장애계는 ㄱ 시설의 사건을 시설의 오랜 ‘문화적 갑질’의 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는 “일부 시설에서 교묘하게 부모님들을 자꾸 찾아오게 해서 후원금을 챙긴다든가 요양병원으로 옮기라는 등의 요구를 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데려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시설의 대표적인 문화적 갑질이다”라며 “사회복지시설에서 서비스 이용 시 동의각서를 쓰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절차상의 부당한 요구는 금지 행위로 규정할 수 있지만, 문화적 갑질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세세한 규정을 만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애인과 보호자 등에게 권리구제 기관이나 절차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외국에서는 각 장애인복지시설마다 서비스 이용에 부당함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용자와 보호자에게 수시로 알려준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인권위가 ‘시설에서 당한 부당함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 시설에서 나왔지만, 자립생활 준비 고스란히 부모 몫으로

 

상훈 씨의 어머니도 권리구제 절차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고, 시설에서 나올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만약 누군가 권리옹호기관이나 인권위 등 지원 기관이 있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진작 알려주면 이렇게 오래 참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이 마르는 걸 보고만 있었던 게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상훈 씨는 지난 5월 18일 시설에서 나와 서울 소재 긴급돌봄 기관에서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퇴소 과정에서 시설 측의 무리한 강요가 있었지만 법적보호자인 부모가 퇴소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에 상훈 씨의 서류에는 자진퇴소로 기록된다. 자진퇴소를 하더라도 ㄱ 시설의 역할은 남아 있다. 올해 개정한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에 따르면, 시설은 (퇴소자가) 전원하는 시설에 대한 정보와 시설서비스 종료 후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ㄱ 기관의 ‘입주자 입퇴소예규’에도 퇴소 시 ‘지역사회에서의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정서적 지원 및 정보제공, 자원의 연결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ㄱ 시설은 상훈 씨와 어머니에게 어떠한 정보제공도 하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는 민간단체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힘겹게 아들의 자립생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뉴스 원문 보기 (출처 : 비마이너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824&thread=04r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