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손님 명의’로 휴대전화 개통·대출 사기… 피해자에게 빚 갚으라는 법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9-03 15:31 조회184회본문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남성 ㄱ씨는 2021년 1월 한 휴대전화 매장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ㄱ씨가 과거 해당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신분증·면허증·은행 계좌번호·비밀번호가 필요하단 용건이었다. ㄱ씨는 그 말을 믿고 신분증 등을 넘겼고, 직원은 본인이 ㄱ씨인 것처럼 개통신청서에 서명한 뒤 또 다른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직원은 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공동인증서를 발급받고 저축은행 앱을 깐 뒤, ㄱ씨 명의로 500만원도 대출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ㄱ씨 동생은 해당 직원을 고소했지만 빚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
.
.
매장 직원은 사기죄 등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대출금은 여전히 ㄱ씨 몫이었다. 억울했던 ㄱ씨 동생은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금융사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신유리 판사는 “대출 약정은 명의를 도용하여 개통한 휴대전화 및 이를 이용해 발급받은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원고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한 없는 자에 의한 계약으로 원고에게 효력이 없다”면서도 전자문서법에 따라 대출 계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판결문의 ‘구체적 판단’을 보면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는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해 송신된 경우엔,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썼다. 즉, 휴대전화번호 실명인증 절차, 신분증 사진 제출, 원고 명의 계좌 1원 송금 등 여러 본인확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대출 채무는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 판결을 2024년 올해의 ‘주목할 판결’ 중 하나로 선정했다.
.
.
.
이같은 장애인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장애인 인권의 디딤돌이 되는 판결’과 ‘걸림돌이 되는 판결’, ‘주목할 판결’을 선정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24년 9월2일 오후 2시 대한변협회관에서 보고회를 연다. 2023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선고된 건 가운데 ‘장애’를 언급한 판결, 장애와 관련된 사안이 주요하게 다뤄진 판결을 검토했다. 41명의 법조인이 4천여 건을 1차 수집·선별했고, 변호사 위원 4명(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윤여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임한결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과 학계 및 시민단체 위원 4명(김성태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권증진팀 팀장·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변재원 소수자정책 연구자·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이 최종 디딤돌·걸림돌·주목할 판결을 선정했다.
출처 : 한겨레21, 손고운 기자
뉴스 원문출처 : ‘장애인 손님 명의’로 휴대전화 개통·대출 사기… 피해자에게 빚 갚으라는 법원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