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해줬다" 30년간 장애인 노동 착취한 스님, 법원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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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08 16:04 조회1,018회본문
서울북부지법./조선일보DB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30년 넘게 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스님이 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았다.
이 스님은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부동한 거래를 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병훈 판사는 8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 주지스님 최모(7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A씨가 사찰에서 탈출하며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A씨가 탈출했을 당시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몇 건의 폭행만 인정돼 최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2019년 7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최씨를 노동 착취로 고발하며 재수사가 시작됐다.
본 취재에 따르면 최씨와 사찰 측은 "A씨의 가족이 A씨를 절에 두고 갔고, 최씨가 A씨를 거둬들인 것인데 최씨만 나쁜 사람이 돼 억울하다"며 "A씨에게 당뇨가 있어 아파하는 것을 돌봐줬고, 이빨도 다 빠져서 임플란트 비용만 3000만원 넘게 부담해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식주를 제공하고 수술비와 치아 임플란트 비용을 부담한 것 만으로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30여년간 일을 시킨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악의적으로 장애를 이용해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착취했다는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최씨가 아파트 권리 등기증을 가지고 있었고, 아파트를 매수한 지 5개월여 만에 매각하면서 그 매매 대금을 가져갔다"며 A씨의 노후를 위해 아파트를 증여한 것이라는 최씨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범행 사실에 대해 변명하기 급급할 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부분은 인정하고 있고 A씨의 뇌수술 및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받도록 적지 않은 돈을 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최씨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보이지 않고, 피해자와의 합의 및 현재 피해 변제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강현, 구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