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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어린이집에서조차 10번씩 거부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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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12-09 14:27 조회1,5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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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어린이집에서조차 10번씩 거부당하고…
[한겨레] 기사입력 : 2014.12.09 오전 8:45  최종수정 2014.12.09 오전 10:45
 
 
“특수교사가 없어” “2층집이라서”
중증 땐 각종 이유로 입소 거부 일쑤
시설도 턱없이 부족 ‘하늘 별 따기’
어린이집 “정부 지원 부족 탓” 해명
 
어린 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박아무개(37)씨는 올해 초 아들을 ‘국공립 장애 통합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서울시보육포털서비스에 대기자로 등록했다. 박씨의 아들(6)은 대화가 가능하지만 혼자서 걷거나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

지난 9월에야 몇몇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막상 아이의 장애를 확인한 어린이집은 에둘러 입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이 2층이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했다. 강남구 어린이집은 “특수교사 지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돌려서 말하는 어린이집은 엄마의 마음을 후벼파지는 않는다. 지난달 6일 찾은 송파구의 ㅅ유치원은 “아이의 인지가 정상인 게 확실하냐”고 묻더니, 유치원 교사에게 “인지 능력이 정상인지 선생님이 놀아주면서 알아보라”고 했다. 박씨는 “걷지 못하는 아이는 아예 받지 않고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차별을 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씨의 아이는 이런 식으로 10여차례나 거부당했고, 결국 박씨가 개인 비용을 들여 활동보조인을 쓰는 조건으로 한 병설유치원에 보낼 수 있었다.

‘유치원 대란’ 속에 아이들의 유치원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장애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시설마저 입소를 거부하는 탓에 “아이를 보낼 곳이 아예 없다”고 하소연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입소 거부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하지만 입소 거부 사실이 드러난 지자체에 확인해보니 입소 거부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강남구청 보육지원과, 송파구청 여성보육과는 8일 “법적 근거가 없다. 지도 점검이 전부”라고 했다.

장애 아동 부모들은 “장애 통합 어린이집이 부족한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뇌병변 1급인 아들(3)을 둔 성아무개(41)씨는 “사는 곳에 장애 통합 어린이집이 없다. 지난해부터 20곳 넘는 어린이집을 알아봤는데 모두 입소 거부를 당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장애 전문 어린이집은 172곳, 국공립 장애통합 어린이집은 867곳이다. 또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에서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곳은 406곳이다. 일부 지역에 몰려 있거나,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이처럼 자리가 넉넉하지 않은 탓에 특수교사가 없는 유치원에 장애아동들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1199곳이나 됐다. 또 활동보조는 만 6살 이상부터 지원돼 어린이집에 가야 할 나이의 장애아 대부분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

장애 통합 어린이집도 고충을 토로한다.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장애 통합 어린이집 가운데 205곳은 통합 학급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장애 아동 3명이 모여야 1학급을 인정받고 교사 인건비(80%)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3명이 모이더라도 장애 정도를 고려하지 않는 탓에 교사 1명이 다 맡아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박혜진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주임은 “어린이집 확대와 함께 중증 장애 아동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2014.12.09 / 서영지 기자(yj@hani.co.kr) 기사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