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늘어가는 혐오발언, 어떻게 제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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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1-17 10:57 조회1,779회본문
날로 늘어가는 혐오발언, 어떻게 제재해야 하나?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혐오’라는 유령이. 그 유령은 태초에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염병처럼 옮아가고 있다. 이 혐오의 유령은 이 사회의 가장 약하고, 무권리의 상태로 내몰린 사람들을 주로 겨냥한다. 여성, 이주자, 성소수자, 그리고 장애인. 이는 혐오발언(hate speech)으로 시작되어, 어느새 끔찍한 범죄(혐오범죄, hate crime)로까지 발전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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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몇몇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는 혐오성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는 장애인을 향한 혐오 발언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지난 9월 22일 극우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는 “지적장애인들은 짐승”, “인간 아닌 동물 혹은 그 이하”라는 내용의 글들이 게시됐다. 그 뿐만 아니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접수받은 사례를 보면, 지난 6월 ‘디시인사이드’의 한 게시글은 헬렌켈러의 사진을 올려놓고 직접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등 언어적 성폭력을 했다. 이 게시글을 신고한 이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글을 꾸준히 게시하여 올리고 있음에 이를 공론화 시키고자”한다며 “게시글의 제목만 봐도 불쾌함을 감출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 ‘네이트 판’에는 "올 초에 정신장애인에게 살해당한 아이 기억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은 "앞으로 자식이 생기면 정신 장애아동과 놀지 말라고 가르쳐라", "죽을 때까지 폐만 끼치는 존재", "돌아다니는 폭탄이고..."라며 모든 정신장애인을 겨냥해 혐오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몇몇 네티즌은 "이런 논리면 모든 사람들과 교류를 끊어야 한다", "일반인 보다 범죄율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로서 모든 장애아동이 저런 취급을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든 상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혐오발언 문제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장애인 혐오발언은 방송인을 비롯해 국회의원 등 공인들 사이에도 만연해 있다. 유명 개그맨들이 진행해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는 지적장애인과 손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을 비하하는 언행으로 논란이 불거졌고, KBS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체포왕'에서는 지적장애인을 묘사하면서 여성을 성추행하고 인분을 먹는 동작을 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또한,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정신장애인을 두고 ‘살인마’라고 표현하는 보도자료를 내 지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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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해도 괜찮아”?...법적 제재 수단 없이 손 놓고 있는 당국
그렇다면 온라인상의 이런 혐오발언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혐오발언은 보통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가 어렵고, 국가인권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도 시정 권고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박혜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 주임은 "(장애인이라는)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은 피해자 특정이 되지 않아, 혐오 발언이 담긴 게시글은 명예훼손보다는 의견표명으로 인정되어 형법 상 모욕죄로 성립이 잘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애인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형법상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위)를 통해 제재하는 방법을 택한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대한 법률」(아래 정보통신망법) 44조 7항에 근거해, 음란한 부호, 문언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박 주임은 “정보통신망법은 음란성을 기준으로 게시물을 제재할 수 있는데, 장애인 비하 또는 모욕의 경우에는 음란성에 초점을 두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방통위 심의 기간은 한 달 이상 걸려 바로 제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심의기간 동안 혐오발언이 담긴 게시글이 사이트에서 삭제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위원회의 결정이 유효할 수 있다.”라며, 방통위를 통한 제재의 허점을 짚었다.
실제로 지난 9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는 아프리카TV 개인방송에서 장애인 혐오발언을 한 BJ에 대한 제보를 받고 아프리카TV 측에 항의해, BJ 4명에 대한 이용정지 처분을 약속 받았다. 그러나 ‘7일 방송정지’라는 가벼운 조치만을 취했을 뿐이고, 현재 해당 BJ들은 방송을 재개한 상황이다. 이에 센터가 공식 항의를 했으나 아프리카TV 측은 "내부 가이드라인에 맞는 조치를 취했다"는 답변만 보냈다. 또한 방통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아프리카TV 측에 시정권고를 내렸으나 이마저도 무시했다.
설령 제재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사업자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이정민 인권침해예방센터 변호사는 “온라인 게시판의 청소년 유해 게시물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의 권리보호 관련한 조항을 통해 삭제 의무를 부과할 수 있으나,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삭제 조치하게 되어 있다”며 “아프리카TV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방통위의 권고가 있어도 사업자가 무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사업자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뉴스 원문 보기 (출처 : 참세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0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