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발달장애인 90일만에 숨진 채 발견… 잇따른 죽음, 정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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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4-08 13:53 조회1,368회본문
발달장애인 장준호 씨가 실종 90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장애계는 장 씨와 이름 없이 죽어간 실종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함께 추모하며, 연이은 죽음에도 수수방관하는 정부에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실종 90일 만에 발견… 연이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
작년 12월 28일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장준호 씨는 어머니와 함께 행주산성 둘레길 방면에서 산책하던 중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실종되었다. 매서운 한파 속 실종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장 씨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바라며 소식을 알렸지만, 결국 지난 27일 새벽, 실종 90일 만에 실종 추정 장소에서 8km 떨어진 일산대교 인근 한강에서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달장애인의 실종 접수는 매년 8천 건에 육박하고 아동 실종에 비해 10배 높지만, 실종 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없어 오로지 가족과 개인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실종 건수는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연평균 8천여 건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발달장애인 인구대비 실종 비율은 2.47%로, 아동실종 비율(0.25%)보다 10배에 높았으며, 실종 후 미발견율 또한 발달장애인이 아동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 뒤 사망한 발달장애인은 지난 5년간 271명이다.
장 씨가 실종된 지 90일 만에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등은 29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장 씨를 비롯해 이름 없이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합동 추모제를 열었다. 부모연대는 실종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 기관을 설치하고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 3월 제주도에서 발달장애인과 그의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작년 6월 광주에서도 발달장애자녀를 둔 어머니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홀로 발달장애자녀를 둔 50대 여성이 서대문구의 한 대학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의 추락사도 연이어 발생해, 작년 8월부터 10월 두 달 사이에는 서울에서만 발달장애인 세 명이 가정과 서비스 이용기관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코로나 검사 두려워 이용시설 못 가… 발달장애 특성 고려한 실종 기관 없어
고 장준호 씨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었다. 작년 12월, 코로나19로 장애인 이용시설 내 방역이 강화되어 기침과 같은 유사증상만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다. 당시 장 씨는 재채기 증상이 있었고, 검사를 받지 못하면 이용시설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 검사를 통해 코와 입으로 하는 검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해본 장 씨는 코로나 검사를 강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이용시설에 2주간 가지 못했으며, 고인의 어머니는 휴가를 내고 집에서 장 씨를 보호하고 있었다.
탁미선 부모연대 부회장은 “장 씨는 코로나 상황에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한 산책길에서 숨바꼭질을 마지막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머나먼 길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슬퍼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발달장애자녀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탁 부회장은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기존 코로나 검진의 방법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더 간단한 방법으로 검사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실종 상황이 발생한 뒤에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아는 기관이 초동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실종아동과 실종치매 노인에 관한 업무는 그 특성을 고려해 각각 아동권리보장원과 중앙치매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실종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매뉴얼도, 별도로 담당하는 기관이 없어 아동권리보장원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7일, 강선우 의원은 실종 발달장애인에 대한 특성을 고려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약칭 실종아동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어머니,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발달장애인 지원 대책 촉구
실종 사건의 경우, 초기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빠른 대응과 관심이 중요하다. 처음 장 씨가 실종되자마자,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실종소식을 더 많은 곳에 빨리 알리기 위해 절실히 노력했다. 하지만 실종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실종아동보다 관심이 적은 탓에, 장 씨의 소식도 언론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서 뒤늦게 언론에서 보도되기 시작했다.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여느 (발달장애인의) 실종처럼 며칠이 지나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 두 달이 지나 소식이 없다가 봄이 되어서야 그분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발달장애인이 몸속에 솟구치는 기운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엄마와 함께 나온 산책길이 마지막이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장애계는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만 전가된 전 생애에 걸친 돌봄 부담을 국가와 나누기 위한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코로나19 재난상황에 시급히 대처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대책도 거듭 촉구 중이다.
김 서울지부장은 “석 달이나 그 분을 물속에 가둔 건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배제의 시선이다. 어머니께 돌아가신 자녀를 대신해 말하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발달장애는 한 사람과 가족이 책임질 수 있는 장애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전 생애에 걸쳐 촘촘하게 정책을 지원해야하는데 여전히 시혜적인 정책만 조금씩 내놓는다. 그러는 사이 전국에서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죽었다. 더 이상 죽음의 소식이 들리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한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시행하라”라고 외쳤다.
박김영희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사람이 아닌가. 집을 찾아가지 못하면 집을 찾아가게 하는 국가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국가 없는 시민, 정부 없는 시민이 발달장애인이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 세월 동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길바닥에서 싸워가며 국가 정책을 만들어 냈다. ‘실종 후 사망한 발달장애인 271명’의 숫자는 더 이상 우리끼리만 기억하는 숫자가 되지 않도록, 방안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밖에 나가 투쟁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안전하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자”라고 외쳤다.
뉴스원문보기 (출처 : 비마이너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65 )